창조,생각 군인

차별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와 실천 노력

촘배 2009. 1. 25. 20:35

군에 처음 발을 내디디면서부터 내 머릿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던 생각은
“책임을 맡은 지휘관으로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였다. 사단장이 된 지금도 항상 나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군 생활을 하면서 어느 누구나 계급과 직책에 상응하는 임무를 수행
한다. 나에게 사단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을 때 나는 그에 따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타 부대와 차별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나는 매일 고민했다.
여기서의 차별화란 어떻게 하면 적과 싸워 이길 것인가? 이를 위해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시키며 부대관리를 잘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부대들이지만 실제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과 부대를
구성하고 있는 인적자원인 각급제대 지휘관 및 참모, 병사에 이르기까지 개개
인의 역량과 부대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에서‘달란트
정신’을 언급했듯이, 부대의 위치나 임무는 변할 수 없으나 부대의 구성원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 속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대
전투력을 극대화하여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노력을 결집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부대를 운용했다.
특히 지휘관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강력한 실천의지에 따라 그 부대의 전투력
차이가 엄청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몸담은 부대에서 더욱 더 부대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진정한 지휘관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실패와
어려움이 닥칠 때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용기와 굳은 신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다’가 아닌‘오르지 못할
나무는 오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라는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지휘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나는 항상 변화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했다. 최근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변해야 산다’라는 분위기가 사회전반을 휩쓸고 있다. 하다 못해 가수 이정현의
‘바꿔’라는 노래가 유행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사회에서‘개혁’, ‘혁신’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듯이, 우리 군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군인이라고 하면 항상
같은 일에 치여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그러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항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변화에 앞장서고자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즉
상관에 대한 충성, 동료에 대한 의리, 부하에 대한 사랑이다. 그 중에서 나는
부하에 대한 사랑을 가장 강조한다. 사람은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굽히기 쉬우나, 자신보다 약하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자칫 거만해지기
쉽다. 진정으로 부하를 사랑한다는 것은 겉모습이 아닌 진실함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무엇보다 부하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는 부하에 대한 사랑은
부대의 단결을 낳아, 부대의 전투력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유사시 전투력을
극대화해서 적과 싸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을 일반기업체 예에 적용하여 설명하면‘차별화’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모델로 가장 싼값에 양질의 상품을 대량생산하고,
많이 판매하여,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윤을 자기 기업체 직원
들에게 환원도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도 해야 한다. 즉, 일반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해서 더 좋은 상품을 싸게, 다량으로 판매하여
이윤을 극대화시키는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이처럼 이윤추구에 목적을 두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러한 측면
으로 나아가야 하며, 외형적으로 유사한 부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겉보기에는 군기도 엄하고, 실적도 높고, 전투력도 강해 보이는 부대가 의외로
내면은 부실한 경우가 있다. 즉, 겉만 번지르르한 부대가 있다. 반대로 겉보기
에는 조용하지만 부대원들이 일치단결하여 내실있는 부대도 있다.
나는 후자와 같이 내가 속한 부대가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속이 알차 유사시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사단장으로
있었던 백마부대는 전 부대원이 언제든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백마의 기상을
가슴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품은 어디에 가든 그 진가를 인정받기 마련이다. 우리의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는 다른 나라에서 많이 흉내내려 하지만 그 진품이 가진 기품과 미(美)를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도공의 장인정신이
도자기 안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도 도공처럼 내가 속한 부대를 최고의 부대로 만들기 위해 군 생활을 보냈
다고 생각한다. 항상 최고의 부대로 거듭나기 위해 부대의 유구한 역사에 나의
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지나온 모든 부대가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진품’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