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생각 군인

리모델링(Remodeling) 정신과 달란트 정신

촘배 2009. 1. 25. 20:29

대기업회장이며, 돈이 아주 많은 부자가 외국에 장기간 출장을 가게 되었다.
많은 재산과 해야 할 많은 일들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걱정 끝에 평소에 믿을만 하다고 여기던 직원 세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각자의 능력과 재능에 맞게 각각 5억, 2억 그리고 1억을 맡기면서
그들의 충성을 믿고 재산과 일을 맡기고 잘 관리해 달라고 부탁한 후 출장을
갔다.
때가 되어 그는 귀국을 하였고, 자신이 맡긴 재산의 결산을 위해 직원들을
찾았다. 5억을 맡았던 직원은 5억을 더 남겨 10억을 내놓았다. 회장은 흡족한
얼굴로‘착하고 충성된 사람아 네가 이 일에 충성하였으니 큰 일을 맡기겠으니
네가 나와 함께 즐거움에 참여할 것이네’하며 큰 칭찬을 했다.
또 2억을 맡았던 직원도 열심히 장사하여 2억을 남겨 4억을 내어놓았다. 이
직원에게도 회장은 같은 칭찬을 하며 착하고 충성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동일한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1억을 맡았던 직원은 회장이 주었던 바로 그 수표를 들고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아는 한 회장님은 독한 사람입니다. 부자가 아무나
됩니까? 회장님이 이 돈들을 어떻게 버셨습니까? 제가 사업이라도 벌여서
회장님이 주신 이 돈을 날려버린다면 회장님이 대단히 괴로워하실 것이라 생각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제가 본전이라도 지켜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이 주신 수표를 장롱 깊숙이 넣어
두었습니다. 사실, 거의 매일 확인하였습니다. 회장님이 주신 바로 그 수표입니다.
회장님!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이 말을 듣던 회장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노기 띤 음성으로 고함치는 것이었다.
‘악하고 게으른 사람아, 나는 아무 노력도 없이 돈을 모은 줄 알았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 돈을 은행에 넣어서 이자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더니 옆에 있던 비서에게‘저 친구가 가진 1억을 빼앗아 돈을 남긴 친구에게
주어라!’하였다.
어디에선가 들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성서에 나오는 소위‘달란트’
비유로서 우리 일상의 삶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이야기이며 지금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회사, 정부, 군대 등 모든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것과 같이「충성된
사람」이라고 칭찬 받는 인생을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착하고 충성된
사람으로 인정 받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착하고 충성된 사람이라고 칭찬받은 비결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또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책망을 받는 이유도 생각해 본다. 악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책망을 받은 사람은 마음자세부터 부정적이다. 주인을 쉽게 악평하고
주인의 삶을 인정하지 못한다. 주인이 이룬 부의 축적을 빈정댄다. 주인의 마음을
독하다고 표현해 버린다.
또 이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하여도 아주 부정적이다. 시도도 하지 않고
실패를 생각한다. 또 그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
많다. 악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 찍혀 낙오자로 살아간다.
착하고 충성된 사람이라고 칭찬받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형편과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였다. 그리고 그 형편 안에서 최선을 다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작고 하찮은 일로 여길 수 있는 일들도 소홀히 넘기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정말 작은 일에 있어서의 충성이 큰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형편을 수용하려고 무척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나의 군
생활 가운데 보직이나 진급에 있어서 늘 만족스러운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참으로 아픈 순간들도 있었으며 쓰라린 실패도 있었고 낙오도 경험했다. 또한
이해가 안되는 때도 많았으며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 상황에 억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이기고 그 상황이
나에게 주는 교훈들을 생각했다. 사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
들이 오히려 나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나아가 나는 그 아픈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였으며 이런 아프고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된 이유나 실패한 이유들을 타인이나 환경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가급적 내 속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서 내 속에 있는「모순과 문제」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충성된 종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충성된 사람은 작은 일, 사소한
일에도 성심을 다하는 사람이며 작은 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할 때 큰 일도
이룰 수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과 같이, 어느날 갑자기 큰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작은 일들이 모여서 큰 일을 이룬다’는 진리를 알 때 작은
일에도 충성할 수 있고, 충성된 종이라 인정을 받게된다.
백마부대장을 맡게 되었을 때 묘한 떨림이 있었다. 그렇게도 바라고 원했던
일인데 기쁜 마음만은 아니었다.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위치에
대한 부담감이 앞섰다. 부대 위병소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 왔다. 위병소 안내 간판에서부터 역사관에 이르기까지
부대의 역사와 전통을 더욱 빛내기 위해 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실감하게 됐다.
내가 맡은 사단장이라는 자리를 내게 주신 달란트라고 믿었다. 하나님과 조국,
그리고 군(軍)이 나에게 맡긴 달란트로…
나는 내게 주신 달란트를 남김으로써 칭찬 받는 종의 모습을 닮고 싶었으며
그래서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잘 활용하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감사하게도
노력의 결실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외형적으로 규모나 임무 그리고 시설
면에서 유사한 부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결코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하드
웨어는 같아도 소프트웨어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배 부대장님들의 뒤를 이어 부대를 지휘하면서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감사와 경탄을 하였다. 놀라운 일들이 많았다. 나도 그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고 싶었다.
부대 지휘에 있어 또 하나의 정신적인 축이 된 것은 이른바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와 기능향상 등을 위해 증축·개축·대수선하는 행위를 말하는 리모델링
(remodeling) 정신이었다. 21세기 친환경적 거주 및 공간을 창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리모델링의 비전처럼 21세기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걸맞는 군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다.
변화의식, 새로운 사고, 도전적 정신을 상징하는 리모델링. 이 정신으로 모든
사물을 볼 때 그냥 지나친 경우가 없다. “올바른 언행 실천방안”의 경우 오가며
들은 장병들의 언어를 소홀히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식을 제기,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언행을 정립하였으며“야전급식체계 개선”의 경우 장병들이 추운
야외훈련장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더 위생적이고 청결한 그리고 체계적인
식사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끝에 완성한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어떻게 하면 품질이 보다 나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판매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 결과로 품질이 향상되고 경쟁력이 생겨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대의 작전계획에서부터 집무실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방법의
체계적인 노력으로 합리적이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고민을 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기왕이면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것이다. 이처럼 리모델링 정신은 군도 사회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변화의식, 새로운 사고, 도전적 정신으로 모든 사물을 그냥 지나쳐
보지 않았다. ‘왜 이럴까?’, ‘무엇이 문제인가?’, ‘더 좋은 효율적인 방법이
없는가?’,‘이렇게 한다면 어떨까?’항상 고민하며 연구했다. 부하들에게 부족함이
보일 때“어이, 이게 그것보다 낫잖아.”라며 격의 없는 어투로 자상하게 방법을
알려주니 부하들도 내 마음을 헤아려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거나 대충 적당히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와 변모된 모습으로 잘 따라주었다.
그야말로 Merit system의 적용이 확대되어 가는 순간이었다.
지난 24개월 동안 내게 주신 달란트를 충실히 감당한 결과‘선배들에 비해
모자라는 후배는 아니다’라고 자부한다. 나름대로 부대를 발전시켰다고 확신한다.
좀더 역동적인 부대, 현대 감각에 맞는 부대, 업그레이드(Up-Grade)된 부대로
만들기 위해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지휘했다. 물론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이룬 일들이다.
백마부대장 시절을 포함한 나의 군 생활에는 늘 작은 일,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이 담겨 있다. 간혹 나를‘섬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성적으로 섬세한 부분이 나에게 분명히 있다. 그러나 작은 일, 사소한 일도
놓치고 싶지 않는 내 마음이 섬세함(?)으로 나타났다고 믿는다. 나도 대범하게
쉽게 지나쳐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내가 눈감아주면 조용히 넘어갈 일도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조금은 시끄럽고 복잡해도
작은 일, 사소한 일부터 성심껏 처리하는 것이 성공과 행복의 지름길이요, 충성
된 삶의 근본이다.
내게 맡겨주신 모든 일들에 충성을 다한다. 누가 보든 안보든, 시키든 시키지
않든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떳떳
한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