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북한문제

부통령 '박지원' ...?

촘배 2010. 11. 27. 11:40

부통령 '박지원' ...?

       2010-09-20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

그야말로 환멸이다. 또! 병역 면제자 출신인
김황식이 감사원장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되며
승승장구하는 이명박 정권에.
좌우 시력의 차이-부동시(不同視)로 군에
가지 않았던 김황식.
 
따져 보자. 판사 출신이다. 판사란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가장 혹독하게 눈(眼)을 많이 쓰는 직업. 대법관까지
지내고, 감사원장을 지낼 때까지 총도 못쏘는
눈을 갖고? 그렇다면? 부동시 판정으로 군에
가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이다.
 
부동시 판정이 정확한 판정이었다면 40여년이 지난 지금쯤엔
정상적 생활이 가능?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제1덕목-병역에 걸린다.
그러나? MB 정권의 당·정·청(黨政靑) 실세들은 ‘부동시 김황식’ 카드와
다른 몇개의 카드를 갖고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에게 달려가
낙점을 강청했다.
 
이번만은 제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 달라고. 박지원이 전남 출신이
군에 안간 것쯤은 봐주겠다고 집은 게 김황식 카드! 박지원에게 ‘총리 특채’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게 MB정권이다.

대한민국의 한쪽에서는 연예인 MC몽이 군대 안가려고 치아들을 뽑았다해서
퇴출시키는 마당에  TV뉴스만 틀면 나타나는 MB 정권의 키 플레이어들은?
전원 군에 가지 않은 인물들! 대통령→총리 지명자→한나라당 당대표→
국가정보원장→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김무성은 방위)에
이르기까지.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뒤져보면?
 
어휴! 박지원이 지금 ‘총리 특채’를 좌우할 만한 정계의 기린아로
떠오르게 된 근본 원인은 손톱도 안들어가는 MB 정권의
두터운 뻔뻔함, 정의에 대한 불감증, 허약한 문약성!
청와대 집무실에서 확정된 것도 박지원이
반대하면 관철시킬 수 없다.
 
의석 180석의 한나라당은 박지원 앞에서 맥 못추는 박지원 제2중대-
‘박지원 시대’다. MB 정권이 부조리·불합리·부도덕에 불같이 응징하는
정권이라면 박지원은 다시는 정계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핵개발과
천안함 폭침으로 돌아온 김대중 햇볕정책의 원조 전도사가
교도소에서 안대 풀고 다시 정계의 기린아가
될 수 있는 토양이 바로 MB 정권이다.
 
이런 박지원이 MB 정권의 대북채널 ‘개발’을 도와주겠다고 너스레를
피우고 있다. MB 정권의 명줄을 확 낚아채 이리저리 밀어붙이며,
이것 발목잡고 저것 봐주고 하며 끌고나가는 ‘부통령’ 역할을 하는
박지원. 민주당이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를 뽑더라도
그가 박지원을 당해내기 어렵다. 여야를 넘나들며
막강한 부통령 역할을 하는 ‘박지원 시대’의 롱런, 확실하다.

왜? 지금 여권에서 특임장관 이재오, 대통령실장 임태희, 당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김무성, 정무수석 정진석이 90도로 절하면서
소통 운운하며 뭔가 하는 것 같지만,
박지원을 대항하기에는 내공이 따라가지 못한다.
 
박지원의 생명력·정치력·기획력·회복력은 DJ가 지상 위에 남겨놓고 떠난
정치적 양아들이라고 할 만하다. DJ의 유훈(遺訓)통치! 자신 앞에 놓인
덫을 피하며  생명력을 보존하고 키워가는 ‘여우’와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사정없는 공격으로 전리품을 챙기며 고지를
선점해가는 ‘사자’ 사이를 왕복하는 DJ 특유의 교활하고도
야수적인 정치의 복사판이 바로 박지원 정치!
 
김대중은 생전에 여우의 정치를 ‘서생적(書生的) 문제 의식’, 사자의
정치를  ‘상인적(商人的) 현실 감각’이라고 윤색했다.
DJ와 박지원은 ‘친북(親北) 원리주의자’인 점도 똑같다. 박지원은
1996년 내놓은 산문집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에서 “아버지께서는
이른바 좌익 운동가였다. 1948년 여순 반란사건 시절에 (38세에)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썼다.
 
박지원의 아버지는 박지원이 전국구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3년 8월 당시
김영삼 정권이 좌익 운동가의 항일도 인정하던 상황에서 건국포장
받았다. 물론 아버지와 아들의 이념을 연좌제의 틀로 보는
시대는 아니지만, 박지원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박지원의 ‘가면(假面)’을 모르고 여권 실세들이 청와대 속까지 보여주는 사이
박지원은 ‘총리 특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위상에까지 올라갔다.
박지원, 무섭다. MB 정권의 미래가 보인다. 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