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역 사
내외 귀빈, 선배, 동료 전우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백마부대 장병 여러분!
바쁘신 중에도 37년 동안 군 생활을 마감하는 저의 전역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이처럼 먼 길을 와 주시고, 성대한 식전까지 마련해주심에 대하여 제가 드릴 수 있는 모든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막을 수 없는 도도한 세월의 흐름속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푸른 제복을 벗고, 지난 37년간 몸담아 왔던 군문을 떠나는 고별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38대 9사단장을 역임한 값진 인연으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이곳 백마부대에서 전역식을 갖게 됨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1968년 1.21사태가 발발하여 육사에서 바라볼 때, 삼각산에 조명탄이 계속 피어오르던 시기에 입교하여 지난 37년간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생존권 수호라는 군인 본분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먼저 소대장시절부터 사단장직에 이르기까지 단 한마디 불평도 없이 저를 잘 따라주었던 사랑하는 모든 전우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석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전․후방 각지의 부대로 전속할 때마다, 수십번의 이삿짐을 싸면서도 군인가족으로서의 고통을 감내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낙담할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준 내 인생의 동반자인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전역에 즈음하여 지난 군 생활을 되돌아볼 때, 저의 젊음을 송두리째 불사른 후회 없는 군 생활이었기에 무한한 영광과 보람을 느끼면서도 과연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우리 군을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기여했느냐고 자문해 보면서, 막상 무엇하나 변변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후배들에게 짐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더욱이 조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꽃다운 청춘을 아낌없이 바치고 산화한 선배, 동료, 전우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드리지 못한 채, 민족의 숙원인 통일 성업에 최후까지 동참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대열을 떠나게 되니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떨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름지기 군인은 비록 그 처한 위치와 장소와 신분상의 구분이 변화된다 할지라도 그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끝까지 군인인 것이 특징이요 생명일진대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 바친 것으로 군인 최고의 가치와 보람으로 삼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장병 여러분!
지금까지 저의 군 생활은 감내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으며, 쓰라린 실패도 있었고 낙오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해하기 힘든 때도,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 상황에 억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이겨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다’가 아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오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는 강력한 실천의지로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제 자신을 채찍하기도 하였습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는 성경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특별히 좋아하며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수고와 노력의 결실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충성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성된 종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충성된 사람은 작은 일, 사소한 일에도 성심을 다하는 사람이며, 작은 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할 때, 큰 일도 이룰 수가 있습니다. 누가 보든 안보든, 시키든 시키지 않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당할 때,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서 끝내 성공했을 때, 이때의 성취감이란 보통 평범한 일을 완수하였을 때의 성취감보다 수십, 수백배에 달할 것입니다. 늘 깨어있는 가운데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전우 여러분이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제 본인은 잊을 수 없는 보람을 안고 정들었던 군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군은 본인이 평생을 다 바쳐 피땀흘려 봉사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요, 정신적 요람이기 때문에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 감회를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끝맺는다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할 때 앞으로의 새출발에 대한 보다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써 오늘의 아쉬움을 달래려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새 출발은 군에서 체득한 투철한 사생관과 불타는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미력하나마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남은 여력을 다 바치겠다는 다짐과 바람이 전역에 즈음한 본인의 솔직한 심정이요 각오입니다.
본인의 오늘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성원과 협조를 베풀어주신 선배 동료 여러분께 거듭 감사를 드리며, 군복을 벗은 후라도 전과 다름없는 지도편달 있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여러분과 맺은 깊은 우정과 사랑은 일생을 통하여 소중한 추억으로 길이 간직할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함께 영원히 빛날 우리 육군의 무궁한 발전과 호국의 간성으로서 조국 수호를 위해 맡겨진 소임 완수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전․후방 각급부대 장병, 백마부대 전우 여러분의 무운 장구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동기생, 선․후배 동료들, 일가친척, 내외귀빈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오늘 식전 준비에 수고하신 사단장 및 장병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 5. 29
소 장 신 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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