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3272m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 후 숙소 배정과 간단한 휴식 후 저녁식사를 마친다.
숙소는 2층 침대로 한 방에 6명을 수용 하는데 식사를 마치자마자 7시부터 취침에 들어간다.
피곤에 지쳐 잠이 쏟아질법도 한데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여기 저기서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옆방에서는 고소에 못이겨 밤새도록 기침을 해댄다.
잠을 못 이루는 것도 고소의 일종이던데.... 나도 한 숨을 못자고 뒤척이다보니 가이드가 기상을 알린다.
새벽 1시45분.
간단히 컵라면 뜨끈한 국물로 뱃속을 달래고 2시 30분 키나발루 정상을 향해 출발 이다.
다행히 하늘에 별이 떠 있다. 은하수가 하늘을 가르고 북두칠성도 선명하게 보인다.
어둠속에 한참을 올라 체크포인트 사얏사얏 산장(3668m)에 도착해서 등정자확인을 마친다.
이제부터는 거대한 바위에 밧줄하나가 정상까지 길 안내를 하는 구간이다.
크게 미끄럽지는 않으나 비가오면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다.
가이드는 스틱을 접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라고 하지만 스틱에 익숙한 나는 스틱에 의지해 올라간다.
얼마를 올랐을까?
힘이 빠지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미 우리팀 선두에서 치고 올랐으나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외국인들이 저 앞에 있는데
간격을 좁히려 해도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남봉(3933m) 능선에 올라서고 저만치 어둠속에 정상인 듯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인이 일등 도착하겠다는 욕심을 비운다.
누가 먼저 간들 어쩌리.
정상은 항상 그자리에 있고 내일도 모래도 누군가를 오를 정상인것을.
마음을 비우니 다시 발걸음도 가벼워진 듯 하다.
고소는 이제 걱정이 없다.
4095.2m
Low Peak 드디어 정상이다.
먼저오른 외국인 팀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나도 정상표지판을 붙잡고 감동의 순간을 느껴본다.
아직도 끝없이 이어지는 해드랜튼 불빛이 이곳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저 불빛 속에는 포기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고소에 고통받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정상의 참 맛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다.
정상의 기쁨도 잠시, 이내 몰려오는 추위와 졸음속에 일출은 아직 멀기만 하다.
뾰쪽 솟아 비좁은 정상에서 오래 버틸수가 없다.
한발 내려 여기저기 바위틈에 몸을 웅크리고 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일출시간에 맞춰 방한복 대신 가벼운 방풍복으로 올라왔는데 너무 빨리 올라오다보니 몸이 고생이다.
바위틈에 몸을 기대고 눈꺼풀이 내려 안는가 싶더니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동쪽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2009년도 하늘이 열리고 있다.
새해의 소망을 빌면서 떠오르는 해를 향해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깔끔한 일출은 아니었어도 먼 이국의 땅에서 맛보는 신년 해맞이 감동의 순간이다.
어둠속에 올라올때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으나 일출 후 주변 경관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저 길을 내가 걸어왔단 말 인가. 엄청난 규모의 단일 암으로 형성된 Mt. 키나바루의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정상 부근에 9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최고봉이 로우피크(4095.2m)이고 당나귀처럼 생긴 당나귀봉(4054m)도 있다.
키나발루 인터넷 검색을 하면 뜨는 사진이 SOUTH PEAK 남봉(3933m)인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하나 둘 우리팀의 일행들도 올라오고 아직도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 사이로 하산을 한다.
숙소인 라반라타 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곧바로 팀폰게이트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1박 2일로 진행된
키나바루 등정을 마무리 한다.
남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키나바루 최고봉 LOW PEAK (4095.2m)
성요한봉(4091m) 옆을 통과 중
남봉(3933m)
당나귀봉(4054m)
남봉을 배경으로
왼쪽이 성요한봉 오른쪽이 로우봉
당나귀봉
아름다운 SOUTH PEAK (남봉 3933m)
SOUTH PEAK (3933m) 남봉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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