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그 어떤 것이 이보다 반갑겠습니까? 우린 살았습니다. 가이드가 얘기하던 간이 천막휴게소에 드디어 당도했습니다.
비록 어둡고 좁았지만 우리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30분이 넘게 몸을 녹이면서 한국산 컵라면도 먹고 뜨거운 커피도 마셨습니다. 순박한 아저씨 두 분이 계셨는데 가격도 생각보다 쌌고 깎아주기까지 했습니다. 감사-! 이런 굉장한 산에 제대로 된 대피소 하나 없다니... 일장일단이 있겠지요.
다시 안개 속을 헤치며 새우등능선을 타고 옥벽폭포 쪽으로 내려갑니다. 몸의 한기도 가시고 훨씬 발걸음들이 가볍습니다. 여기서는 등산로 안내를, 사진 좌측에 보이듯이 저런 빨간 천을 일정한 간격으로 박아 놓은 것으로 하더군요.
내려가는 길도 천상의 화원입니다. 나무는 볼 수 없지만 키 작은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쫘악 깔렸습니다. 거기에다 바위와 어울어진 이끼류도 한몫하여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각별한 꽃밭을 꾸몄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느 정도 내려가니 그곳부터는 운무가 없고 깨끗한 모습의 하계가 우릴 맞습니다. 기대도 않았건만, 백두산은 먼데서 온 우리들에게 자신의 안개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랫자락까지 보여줍니다. 또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장백폭포 밑 이도백하 쪽입니다. 옥벽폭포, 온천, 소천지가 있는 곳입니다.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한 봉우리에 멈추어 서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곳의 경관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대자연이 빚어 놓은 거대한 예술품. 지각변동, 화산 폭발이라는 엄청난 파괴와 개벽(開闢)은 그야말로 '천지창조'였나 봅니다.
아아아, 앞선 일행의 발목을 붙든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달문을 빠져나온 천지의 물이 비룡을 거쳐 이곳에 이르러 70m의 거대한 물기둥을 지상으로 뿜어대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감동의 물결이...
폭포 좌측의 시커먼 봉우리 전체가 마치 거대한 맘모스의 두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리부리한 눈...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실제로 본 것과 매체를 통하여 본 것의 차이는 천양지차( 天壤之差). 인조물이 아닌 대자연의 장관인 경우엔 더욱 그러하지요. 그래서 이렇게 시간과 돈과 발품, 고생까지 투자해 가며 직접 체험을 하는 것이 겠지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동영상을 찍고는 홀로 자동 셔터로 포즈를 취해 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 장백폭포의 동영상입니다.
여기부터는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 산에는 나무도 있어야...
장백폭포 밑의 계류와 숲입니다. 이제 조금은 자주 보던 풍경과 비슷하지요?.
옥벽폭포. 수직 낙하하는 부분은 적으나, 푸른 산기슭 옥벽 사이를 길게 타고 흐르는 모습이 나름 멋지고 우아합니다.
곰 같지 않습니까? 호, 혹시 나중에 웅녀가 되는-?
그럼, 이건 마늘 먹고 매워하는 호랑이? 하-ㄱ! 하-ㄱ!... 캬~! 그렇다면 단군신화가 실제..?
드디어 무사히 하계에 도착. 미우나 고우나 다시 속세로 돌아왔습니다. 만세! 아름다운 세상 만세-! 멋있는 우리들도 만세~!
온천에 들러 쌓인 피로와 뭉친 살들을 풀고 녹이고... 장백폭포와 천지 쪽은 아직도 오리무중. 우리가 저 속에 들었다 나왔습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습니다. 품어온 천지를 가만가만 꺼내 봅니다.
북파 산문에서, 오늘의 기막힌 백두산 트레킹을 정식으로 마감합니다. 우리 모두 홧팅-!!!
이도백하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2008년의 여름은 어느새 저만치 달음질쳐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 속에 뭉클하고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69) 강원 삼척·동해 두타산 (0) | 2008.09.04 |
---|---|
[스크랩] 스카보로의추억(영국민요)-하모니카 (0) | 2008.08.31 |
[스크랩] -우리의 거산 백두산 !! (0) | 2008.08.31 |
[스크랩] 포토에세이 ) 중국 계림 여행기 (0) | 2008.08.31 |
[스크랩] ★중국장가계 황룡동굴 (0) | 2008.08.31 |